스페인과 우주를 통해 본 지리의 힘...
지리의 힘은 생각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다. 나라가 처한 지리적 위치와 상황들은 일련의 역사를 통해 형성된 것이기에 어느 한 부분으로 정의를 내리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번 읽고 다시 생각을 정리하기위해 읽으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한 나라의 지리가 미치는 영향이 나라의 흥망성쇠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편으로 개인들 역시 어느 위치(입지)에 있는 것이 중요한 지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스페인
우 주
□ 스페인 : 지리의 방해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 스페인은 한마디로 거대한 요새다. 지중해와 대서양에서 시작하는 좁은 해안 평야는 이내 거대한 산맥과 맞닥뜨린다. 그리고 중부 지역 전체는 높은 고지대와 깊은 골짜기들로 이뤄진 고원지대다. 이렇게 메세타(스페인 중부의 대규모 평원지대)는 스페인을 유럽 국가들 가운데 가장 산지가 많은 곳으로 만들고 있다. 그 메세타 한복판에 마드리드가 있다. 중앙집권적인 통제력을 위해 한복판에 위치했음에도 산악지형과 면적은 정치적 통치력에 걸림돌이었으며 각 지역마다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적 및 언어적 정체성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스페인은 대다수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 인구밀도가 훨씬 낮다. 마드리드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대도시는 해안선을 따라 형성돼 있다.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빌바오가 그 좋은 예다.
- 스페인은 각 지역들은 상이한 정체성을 유지한 채 각자의 방식대로 정치 및 경제를 독자적으로 발전가고 있었으며 이 나라의 지리가 잉태한 국내 문제들, 발전을 가로막는 균열들은 스페인의 황금기를 겪는 1500년부터 1681년의 엄청난 부로도 해결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1600년대 중반부터 스페인의 황금기를 이끈 스페인함대는 해상항로 지배권을 잃어가고 있었다. 카리브해에 머물던 스페인 상선들은 태평양에 면한 중앙아메리카 항구에서 운송되어온 중국 상품을 실어나르곤 했는데 해적들은 이 배들을 어떻게 공략해야할지 알아냈고 유럽에서 가장 힘이 센 나라가 종이호랑이가 되어버리는 계기가 된다. 또한,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과 스페인의 펠리페 2세의 힘 겨루기에서 스페인 함대가 패함으로써 세계 최강 스페인 함대의 명성은 사라지게 되었으며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힘의 균형 또한 이동하게 된다.
- 이후 1630년대에 마드리드 왕실이 전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방직공장에 세금을 부과하고 대형 소금가게에서 징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바스크 지방의 반란과 1640년에는 프랑스에 대한 군사 작전을 카탈루냐에서 개시했는데 오히려 프랑스를 도와주는 등 내부 분열과 갈등이 성장의 발목을 잡는 꼴이 되었다. 참고로 게릴라는 단어는 스페인어 전쟁을 뜻하는 게라에서 파생된 것이다.
- 이런 지리적인 요소와 내부적인 갈등 등은 계속 되었다. 스페인 역사를 돌이켜 보면 북쪽의 침략자들은 대개 피레네 산맥 양측에 좁게 펼여진 나지막한 땅을 통해 이 나라로 진입했다. 그곳이 바로 북서부의 바스크 땅과 북동부의 카탈루냐 땅이다. 북쪽에서 스페인이 펼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어는 이 통로를 봉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카탈루냐나 바스크의 독립은 스페인에게 끔직한 저주와 같은 것이다.
- 하지만 카탈루냐는 지속적으로 분리 독립을 원하고 있다. EU 역시 이로 인해 딜레마에 빠져있다. 카탈루냐의 독립을 인정하면 코르시카, 스코틀랜드, 플랑드르, 시칠리아, 바이에른 등 유럽 각국의 독립운동을 연쇄적으로 부추길 위험이 있다. 그와 동시에 EU는 강력한 지방 거버넌스를 권장하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카탈루냐를 인정하지 않으면 러시아와 중국이 이 틈새에 끼어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 오늘날 스페인은 성공 스토리를 쓰고 있다. 2008 ~ 2009년의 경제 위기에서도 살아남아 유럽의 경제 강국 중 하나라는 지위를 되찾았다. 또 훌륭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최고의 기대수명을 가진 사람들이 활동하는 활기찬 도시들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기후변화나 인구 이동, 각종 경제적 문제, 그리고 분열된 정치와도 힘겹게 씨름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렇지만 스페인은 이를 감당할 만한 위치에 있다. 석탄은 고갈됐고 석유나 천연가스도 풍족한 적이 없었던 나라지만, 현재 필요한 에너지의 6분 1을 수력 발전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태양광 발전량도 풍부한 편이다. 스페인은 유럽에서 특히 태양광과 풍력이라는 재생 에너지를 선도하는 나라가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다.
- 계속해서 외부의 압력에 직면하겠지만 가장 큰 도전은 내부, 즉 지리에 근거한 것이다. 1500년대에 하나로 합쳐졌던 이 왕국은 가까운 미래를 위해 여러 지방 정부가 모인 하나의 민족국가와 거기서 야기되는 긴장감을 균형있게 유지해야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 우주 : 또 다른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가 될 수도 있다
- 우리가 지구의 대기권을 뚫고 나가서 무한대 속으로 1밀리미터쯤 파고 들어갈 수 있게 된 뒤로 우주 공간은 정치적 각축장이 되었다. 그 결과 우주의 사용에 관한 규칙과 우리가 도달할 영토를 관리할 법적인 틀을 합의하지 못한다면 지구 위에서 인류의 역사 내내 벌였던 꼭 그대로의 싸움으로 귀결될지도 모른다.
- 미국, 일본, 아랍에미리트,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룩셈부르크, 오스트레일리아는 2020년 10월 아르테미스협정(24년까지 달에 유인우주선을 착륙시키고 28년에는 달 남극 부근에 기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협정)에 서명한 첫 번째 우주 탐사국이었다. 이 기지가 완성되면 태양계를 넘어 인류의 확장을 가능케하는 발사대가 될 것이다. 그런데 러시아나 중국은 이 협정에 서명하지 않았음은 물론 미국은 이 두 나라와의 협정을 원하지 않고 있다.
- 우주 경쟁에는 늘 군사적인 측면이 있었다. 1944년에 최초로 우주 공간에 쏜 발사체가 폰 브라운의 V-2로서 수직 이륙 후 고도 176km까지 날아올랐다. 종전 후 폰 브라운과 120명의 과학자들은 미국으로 옮겨가서 24년 뒤,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최초의 달 착륙선인 아폴로 11호가 발사되었다. 러시아 역시 20세기 초반 은둔형 과학자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의 우주비행에 관한 이론을 바탕으로 우주 공간에 도달하기 위한 중력권 탈출 속도는 초속 8km가 돼야 하며 액체 연료와 다단계 로켓을 사용하면 가능하다는 가설과 우주 정거장, 에어록, 산소 시스템의 청사진을 설계하였다. 1957년 소련은 처음으로 대기권을 벗어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스푸트니크 위성을 쏘아 올렸다. 같은 해 스푸트니크 2호가 개까지 싣고 발사되었다. 이 개의 이름은 라이카이다. 1961년 4월 12일 소련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처음으로 지구라는 속박에서 벗어났다. 이에 미국은 1969년 7월 20일 닐 암스트롬이 달 표면에 발을 디딘다. 그리고 8초 분량의 문장을 남긴다. "이것은 한명의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거대한 도약이다." 하지만, 이후 몇 개의 깃발과 발자국, 96개의 정도의 쓰레기 상자를 남겨둔 채 우주 탐사라는 사업은 돈이 많은 든다는 이유로 소홀해진다.
- 대신 돈이 덜드는 것으로 눈높이를 낮춘다. 그것은 바로 실험을 수행할 수 우주 정거장과 그 건설을 용이하게 만들기 위해 궤도에 위성을 안착시키는 스페이스 셔틀(우주 왕복선) 사업이다. 그리고 스카이랩(NASA의 유인 우주 실험실)을 쏘아 올렸다. 세간의 관심은 실패했지만 인간의 지식을 향상하는데 기여하였다.
- 1975년에 이뤄진 소련의 소유스(구소련 시절 개발된 이래 시리즈로 제작되는 러시아의 유, 무인 우주선) 모듈과 미국의 아폴로 우주선의 상징적인 도킹이었다. 그리고 109미터에 너비가 75미터로 축구 경기장만한 크기의 국제 우주 정거장이다. 3개의 실험실과 6명의 우주 비행사를 위한 생활공간이 있다. 이 정거장을 통해 수분 회수 시스템(93% 회수해서 식수와 씻는 물로 활용), 의료처치를 위한 단백질의 복합한 결정 구조 배양, 로봇팔 기술 등은 인류에게 혜택을 가져다주는 공간이 되고 있다.
- 이제 우주 여행은 강대국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민간 기업들도 접근하고 있다. 일례로 테슬라의 실세인 일론 머스크는 인류가 화성에 발을 딛게 하리라는 목표에 광적일 정도로 매달리고 있다. 그가 세운 회사인 스페이스 X는 우주 정거장에 화물을 실어보내고 재활용 로켓을 활용해 비용을 줄이는 방법도 찾아냈다.
- 우주에 대한 조약은 2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1967년에 만들어진 우주조약이다. 달 및 천체를 포함한 외기권의 개발과 사용을 규제하는 국제 조약이다. 이 조약은 우주 공간은 주권 주장, 그 사용이나 점령 또는 다른 수단에 의한 것일지라도 한 국가가 전용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라고 명시하고 있다. 두번째는 1979년의 달 조약이다. 달 탐사 및 이용은 모든 국가의 이익을 위해 수행되어야 하며 달의 천연자원을 인류의 공동 유산으로 규정하는 조약이다. 하지만, 이 조약을 비준한 나라는 몇몇에 불과하고 소련이나 중국은 서명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 두 조약을 허술한 부분을 보완한다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향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 2019년에 미국이 우주군을 창설함에 따라 러시아와 중국도 군 조직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 행위가 우주조약을 위반한다는 우려가 일었다. 하지만 그 조약은 핵미사일 같은 대량살상 무기에 대한 내용만 명시하고 있을 뿐이다. 현재에는 레이저를 탑재한 위성을 두는 것을 막을 어떠한 국제법도 부재한 실정이다. 또한 궤도 주위를 돌고 있는 엄청난 양의 우주 쓰레기들이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이 잔해들이 궤도 내로 돌진해서 각국의 위성 기반시설을 파괴하거나 지구경제를 초토화시킬 수도 있다.
- 우주는 그 무한대 속으로 우리 인간의 정신이 뻗어나갈 기회를 주고 있다. 인간은 늘 위를 바라보았고 깜깜한 밤하늘의 아득히 먼 곳을 바라보면서 꿈을 꾸어왔다. 실제로 우리는 높은 곳에 도달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높이 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서로 힘을 합친다면 휠씬 빨리 도달할 수 있다. 우주에는 한계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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