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헬와 에티오피아를 통해 본 지리의 힘...
사헬은 쉽게 듣지 못하는 지역이었다. 에티오피아를 포함한 아프리카는 생소한 지역이었고 등한시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물론 당장의 경제적 자유나 투자에는 도움이 안될 수 도 있지만 이 하나의 점도 언젠가는 중요한 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 헬
에티오피아
□ 사 헬 : 테러와 폭력의 악순환에 시달리는 갈등의 한복판에 있다
- 사헬이라는 단어는 해안 또는 해변을 뜻하는 아랍어에서 왔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넓고 건조한 사하라 사막을 건너려던 초창기 여행자들이 이 지역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보여주는 말이다. 이런 사헬에서 지리, 역사, 그리고 민족국가의 탄생이 충돌하는 고유한 방식이 있으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나긴 길을 되돌아봐야 한다.
- 사헬지역은 대략 1만 5백년 전 우기로 인하여 사막이 좁아졌다가 약 5천년전쯤 비가 뚝 그치며 사막이 돌아왔고 이 어마어마한 공간은 오아시스 위치에 따라 그저 짧은 길들이 개척될 정도였다. 그런 사헬에 낙타가 나타났고 이는 교역로를 열게 해주었다. 단봉낙타 한마리는 말보다 4배나 많은 짐을 진 채 하루에 50km를 이동할 수 있고, 물 한방울 마시지 않고도 2주 이상 버틸 수 있다. 체중의 25%까지 탈수를 견뎌낼 수 있다.
- 1884년부터 이등해까지 열린 악명 높은 베를린 회담에서 유럽의 열강들은 아프리카 지도에 멋대로 선을 그어 임의대로 대륙을 쪼갰다. 그 결과는 나눌 수는 있었지만 나눈 선을 구분하는 산과 강과 호수들이 정확히 어딘지 알지 못해 갈등이 증폭되었다.
- 사헬의 많은 지역은 프랑스의 지배 밑에 들어갔다. 현재로 보면 대략 말리,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차드, 모리타니, 세네갈, 기니, 베냉, 코트디부아르 등이 해당될 것이다. 영국은 이집트, 수단, 영국령 소말릴란드(소말리아를 포함한 동아프리카 해안 지역)에서 힘을 굳히거나 세력을 넓혔다. 이탈리아는 리비아를, 스페인은 서사하라 지역인 스페인령 사하라에 자리 잡았다. 단순히 국경을 지도 위에 표시할 때는 잘 지켜지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기후변화, 지하디스트, 지역 내 식민지 이전의 분열주의 등이 결합하여 <갈등의 시대>를 만들면서 이 지역은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다.
- 각 지역은 국제 테러 단체의 지원을 받는 반군 세력이 생겨났으며, 코로나 팬데믹에도 내전은 계속되고 있다. 또한, 곳곳에서는 사막화와 폭력의 악순환도 재발하고 있으며, 교육부족과 남아 선호사상으로 인해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인구 통계학적 변화의 진행으로 인구가 배이상 늘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프리카는 2050년까지 12억 명에서 24억 명으로 예상)
- 하지만, 현지 및 외국을 망라해서 군대를 비롯한 각종 조직들이 이 지역의 안정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군사적으로뿐만 아니라 일련의 세력들이 이 지역의 안정을 위한 절박한 투쟁에 참여하고 있다. 2017년에 프랑스, 독일, EU, 유엔개발계획, 세계은행, 아프리카개발은행이 주축이 돼 사헬연맹이 결성됐는데 이후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도 가세했다. 2018년에 사헬연맹은 일자리 창출과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에 60억 유로 이상을 투입하기로 결의하는 등 각종 조직들이 노력하고 있다.
- 또한,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이 알고 보면 천연자원 측면에서는 엄청난 부자다. 니제르에는 우라늄과 원유와 인산염이, 모리타니에는 철광석과 구리가, 차드에는 석유와 우라늄이, 부르키나파소와 말리에는 금광이 있다. 대다수 사헬 국가들은 원자재를 스스로 가공하지 않기 때문에 나라의 수입은 주로 자국에 들어와 있는 다국적 광산 기업들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충당하는데 이 기업들은 세금 우대조치로 인해 큰 수익이 되지는 못하는 현실이다.
- 이처럼 효율적인 통치구조와 안보, 외부세계의 도움이 없다면 사헬은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식민주의에 이은 탈식민지 경제와 정부 기관의 부패는 국내외 극단주의자들로 하여금 이 지역에 만연한 실정, 빈곤, 사회적 균열의 틈을 파고들게 하고 있다. 또한, 지난 수년간 사헬에서는 많은 것들이 변했다. 그럼에도 이곳은 여전히 타협이 어려운 곳으로 남아 있다.
□ 에티오피아 : 그래도 지리는 에티오피아 편이다
- 많은 것들이 에티오피아에서 왔다. 일례로 인간들도 그곳에서 왔다. 아주 먼 옛날 에티오피아의 아와시 계곡에는 인간과 비슷한 유인원 호미닌(분류학상 인간의 조상으로 분류되는 종족)이 살고 있었다. 그녀는 두 다리로 걸을 수도 있었고 나무도 탈 줄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나무에서 떨어지면서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 그 후로 대략 320만년이 지난 1974년에 그녀의 뼈가 발견되었고 그녀의 이름을 <루시>라고 불렀다. 에티오피아 국립 박물관의 포스터에는 "루시는 여러분이 고향에 온 걸 환영합니다"라는 문구를 통해 <기원의 땅>을 국가의 관광슬로건으로 내걸었다.
- 에티오피아의 지정학적 위치와 그 중요도를 규정하는 것은 바로 물이다. 이 나라의 강점이 담수(염분이 없는 보통의 물)라면, 해수는 이 나라의 약점이다. 12개의 호수와 9개의 큰 강 덕분에 이웃 나라들 대부분에 물을 공급하다보니 큰 정치적 영향력을 쥐고 있으며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 핵심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지리적 요소가 동아프리카 지구대(아프리카 동부를 남북으로 달리는 폭 35 ~ 60km에 달하는 대단층 함몰지대)이다. 이 산맥과 계곡들이 나라를 길게 갈라놓고 있어서 이동이나 소통을 어렵게 한다.
-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뿔 지역에서 군사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억 1천만 명이 넘는 인구와 이 주변 국가의 인구까지 합치면 아프리카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함으로 이 지역에서 패권을 잡는다면 아프리카 정치테이블에서 상석에 앉을 수 있는 키가 된다. 에티오피아는 사실 에너지와 식량을 자급자족할 만큼 잠재력이 높은 나라이다. 하지만 주기적으로 가뭄에 시달리고, 삼림의 남벌, 과도한 방목, 군사 독재, 빈약한 인프라 등이 이 나라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하지만, 사정은 변하고 있다. 여러 강에 댐과 발전소를 건설해서 수력발전에 사용하는 유량을 점점 늘려가고 있다. 이 기술은 에티오피아의 부를 좀 더 평등하게 분배하고 역사를 얼룩지게 한 지역 갈등도 극복하게 해줄거라 기대감을 낳고 있다.
-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유럽의 식민세력이 지도 위에 인위적으로 그어놓은 경계선 안에 갇힌 부족 공동체들 간의 긴장 관계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식민 지배를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은 유명하지만 자체 제국을 건설하면서 그 경계들로 인해 비슷한 문제들을 겪고 있다. 9개의 부족, 9개의 행정구역과 2곳의 자치 도시가 그렇다.
- 에티오피아는 마케다로 알려진 시바 여왕(건국신화에서 어머니의 형상)으로부터 시작한다. 이후 1855년 국왕 테오드로스 2세는 여러 왕국을 강제로 통합해서 현대 국가로 만들려고 했고 신식무기 등을 바탕으로 이집트군과의 전투에서 두번의 큰패배를 당했고, 셀라시에 황제는 1935년에는 이탈리아에게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점령당했다. 1941년까지 끝까지 저항하여 영국군의 도움으로 이탈리아군을 무찌른 뒤 셀라시에 황제는 복권되었고, 1945년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D. 루스벨트를 설득해서 에리트레아를(이를 통해 해양으로 직접 접근하는 길을 확보하기 위해) 자신들의 정부 아래로 들어오게 하여 1952년 유엔 승인을 받아 현대의 에티오피아를 탄생시켰다.
- 이 후 이 나라는 멩기스투 하일레 마리암 소령 등의 쿠데타 및 17년 동안 10만명이 피의 공포정치로 희생당하고, 이후 에리트레아군과의 지속적인 전쟁 등으로 혼란을 겪었다. 그래도 멩기스투 이후에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총리가 에맅레아와의 화해를 통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였다. 하지만, 에티오피아 국경 안에서 평화를 확보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종족간의 분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 에티오피아의 앞길에는 여전히 많은 도전이 놓여 있다. 기후변화는 저지대에 더욱 빈번하게 가뭄을 가져오고 삼림 벌채는 토양의 침식과 사막화를 유발한다. 또 여전히 남수단과 소말리아, 에리트레아로부터 수십만 명이나 되는 난민을 받아들이고 있고 국내에서 거처를 잃은 사람들까지 더하면 그 숫자는 백만 명을 훌쩍 넘긴다. 아프리카의 뿔 지역은 극단주의 단체와 해적들의 본거지가 된지 오래인데 가까운 미래에 이 상황이 바뀔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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